2009년 2월 18일 수요일
달의 몰락
발코니 흡연구역에 나가서 솜사탕을 물고 고개를 들었다. 한눈에 달이 보였다. 그런데 어둔 밤하늘 히끄무레죽죽한 저게 초승달이라고 머리 위에 빛나고 있는 건지, 저거는 뭔가 반달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게 갈려서 닳은 듯하게 조금더 닳으면 초승달이 딱 될 것도 같은데. 손아귀 담배 불씨 벌써 필터에 닿으나 마나, 재를 떨어내다 떨군 불씨 양말에 구멍 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아무튼,
솜사탕인지 담배인지를 물고 있는데 이 놈의 달이 갑자기 흔들리는 거다. 말 그대로 흔들흔들. 살랑살랑. 새벽까지 졸지도 않고 잘도 근무를 선 부작용인가 싶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그리곤 화들짝 놀랐다. 조금 전 그 자리에 달이 없었다. 땡그랑. 심지어는 똑 떨어진 달 놈이 발코니에서 땡그랑 소리까지 내더라.
나는 얼른 달을 주워들었다. 이게 정말 달이 맞긴 한가? 의문도 있었지만, 주워든 달 한쪽에 성조기 꽂힌 걸 발견한 이후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폴론지 뭔지가 달에 가서 꽂은 그 깃발. 갑자기 내 마음의 악동 부분이 춤을 추었고, 나는 손톱만한 성조기를 뽑아 버렸다. 헤헤. 먼저 가서 꽂은 건 미쿡 너지만 뽑은 건 나다. 속으로 실없이 웃으며 중얼거리는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어요."
이게 뭔가. 달이 말을 하네.
"방심했지요. 설마 그럴 줄은 몰랐거든요. 착륙 까지야 괜찮았단 말이어요. 다시 조용히 떠난다면 그 전까지처럼 은거하고 있으려 했답니다. 그런데 그들은 대뜸 깃발을 꽂았지요. 그 가시 같은 깃발 하나가 제 아혈과 마혈을 한꺼번에 점해 버렸어요. 그 미쿡인들이! 절 제압했다는 겁니다."
달은 다시 생각해도 감정이 북받는지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구해주셨는데 다시 이런 부탁 드려 염치없사옵니다만, 호법을 서주시어요. 운기요상하여 공력을 회복해야겠어요."
나는 잠시 달을 쳐다보다가 재떨이로 쓰이는 철제 깡통에 던져 버렸다. 아침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오시면 분리수거하시겠지. 날도 추운 밤에 호법 서기는 싫단 말이다. 아주머니 맘씨가 내 생각보다 더 좋으면 원래의 자리에 다시 달을 걸어주실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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