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다가 녀석을 보았다. 무심결에 지나치려는 날 녀석이 불렀기에, 그렇게 우연하게도 녀석을 돌아보고 말았다. 눈앞의 광경을 얼른 이해하지 못하여 머뭇거리고 있으려니, 그런 내가 답답했는지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 개구리요."
"……."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답답하기는. 딱 보면 모르겠소? 날을 잘못 알고 기어나왔다가 얼어죽어가는 개구리라오. 한 며칠 날이 좋아 우수 경칩 온 줄로 알고 기어나왔더니 갑자기 추워지지 않았겄소? 그래서 이렇게 나뒤집어자빠져서는 도움의,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외다."
그렇게 말한 녀석은 내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마치 그 온정의 손길 줄 사람이 나라는 듯.
나는 그냥 몸을 돌렸다. 출근하기도 바쁜데 웬 개구리가 오라가라야. 꼴을 보아 하니 대라신선이 와도 회생은 불가하겠더라. 내가 수의사였더라면 "지인을 부르시죠." 라며 임종을 준비하게 했을 테다. 그만큼 녀석의 꼴이 파리했다.
"자, 잠깐!"
녀석은 다급히 외쳤다.
"나를 데려가시오. 물 담은 항아리에 데려다주면 때 맞춰 나와서 쌀도 씻고 밥도 지을 것이오. 우렁이도 했는데 개구리라고 못하겠소?"
헹! 그러다 사랑에 빠져 키스해주면 왕자로 변신하나? 일 없다. 난 남자다. 개구리 왕자 따위 필요 없다.
"멈춰! 깨진 항아리도 내가 막아줄 수 있소. 집에 물 새는 독 하나쯤 있지 않으시오?"
나는 그를 향해 이죽거렸다.
"김치냉장고 쓴다. 아파트엔 항아리 묻을 곳이 없어."
내 반응이 퉁명스럽자, 그는 녹색 거죽에 어울리지 않게도 얼굴을 붉히더니 마지막 수를 쓰기 시작했다.
"날 가지시오. 이래뵈도 제법 섹시하지 않소? 언제나 수분 머금고 촉촉한 살갗, 그러면서도 매끈거리는 살갗."
촉촉하고 매끈하면 뭐하나.
"미안. 동성애에 대한 편견은 없으나, 일단 내가 이성애자다. 수컷 개구리의 유혹도 무용지물이로소이다."
녀석은 침음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펑 소리를 내며 산신령으로 변했다.
"어허허. 세 가지 유혹을 다 받아넘기다니, 대단하구나. 내 너에게 상을 줘야겠다. 날 가져가거라. 밥도 짓고 항아리도 막고 수청도 들어주겠노라."
이게 대체 뭐 하자는 수작!
이라고 외치다가 잠에서 깼다. 버스는 여전히 잘 달리고 있었다. 직장까지는 아직 30분쯤 남은 거리였다. 피식 웃은 나는, 따땃한 히터 기운에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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